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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워홀

241128-1203 메이지신궁외원 은행나무길, 12월 맞이

24년 11월 28일

 

단풍과 은행잎이 한창이었다. 시기상으론 늦가을이지만 날씨는 포근한 가을 그자체였다. 집 근처 산책길에도 단풍과 은행잎 천지였다. 아래에 있는게 아침 산책하다 찍은 사진이다. 내친김에 가을을 좀 더 본격적으로 느껴보기 위해 한번 유명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은행나무길로 유명한 메이지신궁외원이었다.

 

 아오야마잇쵸메역에서 내린다음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나오는 메이지신궁외원. 메이지신궁이랑 붙어있기는 하나 사실상 다른 곳이니 이 점 조심해야한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현지 사람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많았다. 사실 외국인이 더 많았다. 뭔가 벚꽃시즌의 나카메구로 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도심에 드문드문 심어진 은행나무랑은 차원이 달랐다. 확실히 유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곳은 은행나무에 진심이었다. 일단 은행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정말 크고 울창했다. 거대한 와중에 정원에서 관리 받은 나무들처럼 모양이 정갈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하늘이 너무 맑은 덕에 완전 파란색이어서 사진 찍기도 좋았다.

 

 벚꽃시즌 한창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평일 오전이라 이정도인데 주말은 얼마나 더 많을까.

 

 은행나무길 자체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걸어갔는데 금방 맞은편 끝에 도착했다. 그 뒤엔 다른 행사 공간이 있긴 했는데 거기까지 들어가진 않고 왔던 길 그대로 다시 되돌아갔다.

 

 

 도로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오는 것 같았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말고 멈춰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살짝 위험해보이긴 했다. 도로에서 사진 촬영시 위험하다고 안내음이 나오고 있긴 했는데 워낙 다들 횡단보도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다보니 별 소용은 없었다. 나도 찍어볼까 하다가 사람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횡단보도 신호가 끝나기 전에 제대로 찍기 어려워보였다. 후딱 한 장정도는 찍어봤는데 역시 후딱 찍은거라 결과물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횡단보도 신호를 한번 더 기다릴까 싶다가 결국 또 마찬가지일 것 같아 그냥 포기했다. 그냥 돌아가는 길에 사진을 더 잔뜩 찍기로 했다.

 

 암튼 이렇게 해서 메이지신궁 외원 은행나무길을 둘러보고 왔다. 은행나무길 자체도 이뻤을 뿐더러 날씨도 정말 좋았다. 게다가 접근성까지 좋아서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혹여 누가 가을에 도쿄를 간다하면 이 곳 꼭 추천해주고 싶다.

 

 마침 오모테산도가 근처다보니 간만에 ‘빵토에스프레소토’에 갔다 그 곳의 프렌치토스트가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또 먹어보고 싶어졌다.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프렌치토스트 단품 하나랑 루이보스티 라는 차를 한잔 주문했다. 루이보스티는 그냥 디카페인이길래 주문한 거였다. 프렌치토스트는 역시나 맛있었다. 갠적으로 도쿄에서 먹은 프렌치토스트 중 제일 맛있었다. 이렇게 은행도 잘 구경하고 프렌치토스트까지 잘 먹은 좋은 날이었다.


24년 12월 3일

 


 12월이 됐지만 또 간 지브라커피. 이번엔 팡오슈를 시켰고 맛있게 먹었다.

 

 벌써 2024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라니. 아직 날씨가 포근해서 그런지 믿기지가 않았다. 12월이 왔다는 것은 슬슬 일본 워홀 생활도 끌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끝이 다가오는 걸 단순히 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워홀 처음 왔을 때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듯이 마무리에도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이제까지 해온 것들을 그대로 역순으로 정리해나가야만 했다.

 

 거기에다가 한국에 돌아간 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당장 일본에서 취업할 생각은 없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고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것이 우선 전제였다. 당장 일본에서 일을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이제까지 한국에서 쌓아온 것들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일본에서도 인정되는 경력을 쌓게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볼 것 같다. 근데 또 무조건 다시 일본에 돌아올거라 다짐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론 일본 생활이 내게 잘 맞았던 건 사실이다. 직장 분위기, 개인주의, 그리고 깔끔한 주변 환경들(특히 골목 길가에 차가 주차되어있지 않다는 점) 다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다. 그치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난방 시스템 같은 것도 그렇고 한국에선 원격으로 되는 것들이 반드시 대면을 요구하는 것도 그렇고. 근래야 그래도 많이 바꼈다고는 하지만 종종 쿠팡이 정말 그리워질 때가 있는건 사실이다. 사실 선진국인 것에 비해 월급이 한국과 비슷 아니 오히려 낮다는 점도 꽤 크게 작용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미 한국에 일자리 있는 사람이 단지 돈벌이 때문에 일본으로 오는 경우는 정말 1도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일하고 사는 것의 차이는 정말 사소한 취향 차이일뿐이라는 점을 느꼈다. 좋은 점이 있는 한편 아쉬운 점도 있기 때문에 최종 만족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래봤자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바이토밖에 안해본 입장이라 아직 모르고 있는 점이 많을 수도 있다. 도쿄 말고 다른 지방은 또 다를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이제까지 느낀 점은 그렇다는 것이다. 일단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워홀 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것. 잘 정리해서 마무리를 잘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