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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워홀

240929 가을 나들이 (1) - 토요하시,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 JR 콜라보

24년 9월 29일 


 워홀 온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쉽사리 여행을 가지 못했던 것은 미친듯한 교통비 때문이었다. 어디 하나 가볍게 다녀오려고 해도 교통비가 전혀 가볍지 않았기에 쉽사리 도쿄 밖을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언제 한번 어디라도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했었다. 정확히는 여름만 끝나면 갔다오려고 했다. 암튼 그렇게 해서 계획된 3박4일간의 가을 나들이.
 
 첫 일정은 토요하시였다. 토요하시 라는 도시를 들어본 한국인은 거의 없을거다. 토요하시는 도쿄와 나고야 사이에 있고 토카이도 신칸센이 지나가는 도시다. 사실 관광지로서는 전혀 볼 것이 없는 동네다. 신칸센이 지나가서 접근성은 좋기는 해도.. 그냥 나고야 근교의 배드타운 같은 느낌이 강한 곳이다. 그런데 내가 토요하시를 여행 일정에 넣게 된 이유는 바로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라는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는 24년 3분기에 나온 애니메이션인데 갠적으로 올해 들어 본 애니 중 가장 재밌었다. 그렇게 재밌게 보고 있는데 우연히 JR 토카이도 신칸센과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 콜라보 소식을 듣고 말았다. 정확히는 JR 토카이도 신칸센이 지나가는 토요하시에서 열리는 콜라보 이벤트였다. 토요하시와 콜라보하게 된 건 토요하시가 이 애니의 배경무대기 때문이다. 어차피 신칸센 타고 여행갈꺼 이왕이면 중간에 잠깐 토요하시에 들러 콜라보 이벤트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토카이도 신칸센 타고 교토까지 가는 일정이었는데 그 사이에 토요하시에 들리기로 했다.

 
 신칸센은 스마트 EX 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예매했다. 이 어플을 이용하면 좋은게 스이카 같은 교통카드를 등록해두면 따로 신칸센 표를 따로 발권 받을 필요 없이 그냥 교통카드만 찍어도 된다. 진짜 될까 걱정도 했었는데 정말 그냥 스이카만 터치해도 입장할 수 있었다. 이용정보가 담긴 종이가 나오는데 그거만 챙기면 된다.

 
 JR 콜라보의 첫 걸음은 신칸센 탑승시에만 들을 수 있는 특별 단편 라디오 에피소드였다. 신기했던게 속도 측정을 해서 신칸센에 실제로 타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 대략 4분 분량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나름 JR 콜라보라고 누쿠미즈와 코마리가 서로 같은 신칸센을 타고 도쿄에서 토요하시로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 라디오를 듣고 나면 신칸센 탑승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증명서는 토요하시에서 굿즈 받을 때 필요했다.

 
 신칸센은 정말 빨라서 금방 도착했다. 신칸센에서 내리자마자 보인 패배히로인들.

 
전에 발급 받은 신칸센 탑승 증명서를 관광안내소에 보여드리면 각종 오리지널 굿즈를 받을 수 있다.

 
 토요하시 역 곳곳에서 콜라보 중임을 열렬히 알려주고 있었다. 토요하시가 관광요소가 전혀 없고 그나마 가까운 대도시도 나고야다보니 구경할 거 없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와의 콜라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듯 했다. 암튼 그대로 토요하시 역 바깥으로 나갔는데 이때부턴 애니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보려고 했다.

 
 토요하시 역, 실제와 애니 속

 
날씨는 좀 우중중했다. 그래도 비는 안와서 다행이었다.

 
우노우노라는 역 건물에 있는 카페. 애니 상 레몬이 등장하는 장소인데 이를 반영하듯 카페 안에도 레몬 등신대가 있었다.

 
 토요하시 에키마에. 노면전차만 정차하는 역이다. 토요하시는 노면열차가 돌아다니는 도시라 애니에서도 노면전차를 이용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등하교할 때 이용하는 듯. 여기엔 누쿠미즈와 카주 등신대가 있었다.

 
 '토키와 도오리'라는 상점가에는 이렇게 3인방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있는 '세이분칸' 이라는 서점. 이 서점이 이번 콜라보의 중심이었는데 역시나 창문에 포스터가 엄청 붙어있었다.

 
 1층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 코너. 사실 전부터 원작 책을 정말 사고 싶었었다. 근데 애니메이션이 갑자기 인기가 많아지면서 어느 서점에 가도 품절이었었다. 바로 증판한다고 공지가 나오긴 했는데 그래도 계속 보이지 않았다. 근데 마침 여기에는 재고가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온 김에 여기서 1권부터 6권까지 전부 사기로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도 이렇게 꾸며놨고

 
 이건 콜라보 기간 동안 판매중인 오리지널 굿즈들

 

 
 콜라보 굿즈 사기 전에 서점 내부를 좀 둘러봤는데 정말 곳곳에 패배히로인이 있었다. 사실 이 곳 자체가 애니 상에 등장하기도 한다. 

 
 애니 상에서는 이렇게 주인공 누쿠미즈가 자주 가는 서점으로 나온다.

 
 1권부터 최근에 나온 7권까지 모두 바구니에 담고 굿즈 사는 줄을 섰다.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도쿄나 나고야 같은 곳이 아닌 토요하시에서만 진행되는 콜라보 굿즈 판매다 보니 줄이 그렇게 길지는 않겠구나 생각했었지만 오산이었다. 애니 인기를 증명하듯 줄이 엄청 길었다. 다행히 토요하시에서 출발하는 기차 편은 꽤 시간 여유를 두고 예매해뒀기 때문에 기차 놓칠 걱정 까진 안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줄이 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주말이기도 하니까 다들 토요하시까지 신칸센 타고 온 듯 싶었다. 암튼 그렇게 한시간 정도 줄을 섰다.

 
 한시간 대기 끝에 구매한 콜라보 굿즈. 사실 굿즈 자체는 딱 맘에 드는 것만 사서 많지 않은데 책도 구매하다보니 뭐가 많아보였다.

 
 그렇게 세이분칸 서점을 나오니까 다음 열차까지 한 30분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시간이 아주 잠깐 남았으니 주변만 둘러보기로 했다.

 '본 센가'라는 카페. 5화에 누쿠미즈와 안나가 만나고 있다가 레몬과 아야노가 같이 있는 걸 발견한 곳이기도 하다. 덤으로 잠복하고 있던 아사구모도 이 카페 앞에서 만난다. 뭐라도 사갈까 했지만 카페는 문이 닫혀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몇 블록 만 가면 水上ビル, 말 그대로 물 위에 있는 상점가가 나온다. 예전의 청계천이라고 하면 짐작이 갈 듯 하다. 이 곳도 애니에서 여럿 등장한 곳이다. 그것도 그렇고 눈에 띄던 것은 건물마다 붙여놓은 대형 포스터였다. 등장인물 포스터가 양쪽 벽에 붙어있었다. 건물을 쭉 따라가며 등장인물 포스터를 하나씩 찍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토요하시가 자체적으로 애니와의 콜라보를 밀어주는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 모습과 애니 속 비교해보기. 구경하다보니 느낀건데 상점가 자체가 분위기가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나 가게들이 꽤 있었다.

 
슬슬 열차 시간이 돼서 토요하시 역으로 돌아왔다. 토요하시 역 앞에서 보니 애니에 몇 번 나왔던 우주선 모형도 보였다.
 
 이렇게 시간상 토요하시 역 주변 위주로만 간단하게 둘러봤다. 사실 제대로 성지순례를 하려면 시내 곳곳은 물론 좀 외곽까지 나가야하지만 아무래도 일정상 그렇게까지 시간과 힘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완벽한 성지순례라기 보다는 토요하시라는 정말 생소한 도시에 가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나름 얻어낸 콜라보 굿즈들도 다 맘에 들었다. 짧지만 신기하고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그러고나서 토카이도 신칸센을 타고 교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