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8월 8일~ 8월 10일
아빠가 도쿄에 오셨다. 아빠가 묵을 숙소는 역시 시부야로 예약해놓았다. 호텔 체크인까지 마치고 시부야를 조금 둘러보다가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일주일 전 즈음에 예약해놓은 식당은 '히키니쿠토고메'. 워낙 이름이 알려져 있는 식당이라 미리 예약해놓지 않으면 못 가는 곳이라 나 역시 많이 기대를 하고 갔다. 예전에 비슷한 곳으로 '요시'라는 식당에 가 본 적이 있는데, 그 곳도 굉장히 만족한 곳이라 두 군데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이 곳은 식당 입구부터가 뭔가 남달랐다. 이 가게가 건물 안쪽에 숨겨져있기도 하고 들어가서도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했기에 초행길이면 가게 찾는게 꽤 어려울 것 같았다. 어쩌면 비밀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를 찾긴 했어도 문만 보면 유명한 식당 입구라는걸 알기 어려울 정도로 겉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식당이었다. 바닥의 자그만 타일로 가게 방향을 알려주긴 했는데 이게 꽤 신박하면서도 귀여웠다.
https://maps.app.goo.gl/zSkXfX6JErL8LQ6FA
근데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시끌벅적했다.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고 종업원들이 활기차면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밖과 안의 온도차가 확실히 다름이 느껴졌다. 암튼 이미 기본 요금은 예약할 때 지불했었고 추가할 만큼만 더 결제하면 됐었다. 우린 맥주 한 병을 더 추가했다.
고기는 인당 3덩이씩이었다. 먹는 방법은 '요시'에서 먹었던 방법과 꽤 유사했다. 다양한 소스들이 있고 이를 원하는 만큼 각자 개인 접시에 올려두고 찍어먹는게 기본. 그리고 또 원하면 달걀을 가져가 밥과 비벼먹을 수 있는 것도 같았다. 고기는 금방 나왔는데 역시나 굉장히 맛있었다. 고기를 처음 씹을 때 나오는 육즙이 별미였다. 밥도 맛있었다. 전반적으로 확실히 기대한 만큼의 맛이었다. 솔직히 '요시'도 맛있긴 했지만 둘 중 하나만 가야한다고 치면 이 곳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맛도 맛이지만 이 곳의 가게 내부 분위기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곳이 더 밥 먹기에 좋은 분위기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 곳은 예약제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예약이 가능하기만 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황금 같은 여행 시간을 줄 서는데 보내는 건 낭비가 아닐 수가 없다. 물론 그만큼 예약이 치열하고 어렵긴 하지만 미리 계획만 잘 짜놓는다면 충분히 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도 굉장히 만족스러워하셔서 나도 자연스레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 다른 사람이 시부야로 온다고 하면 이 곳 예약이 가능한지부터 알아볼 것 같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간 곳은 시부야 스카이. 이 곳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어려운 곳이긴 하지만 더 큰 난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날씨다. 예전에 여행으로 도쿄왔을 때 시부야 스카이에 와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땐 반 쪽짜리 경험이었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사실상 시부야 스카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옥상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날 당일 날씨가 안좋으면 사실상 비싼 돈만 주고 그에 해당하는 경험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운이 확실히 좋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물론 엄청 더운 날씨기는 하지만 사진빨 받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시부야스카이 옥상은 확실히 달랐다. 도쿄의 전망대라면 웬만한 곳은 가봤지만 확실히 시부야스카이는 독보적이었다. 하늘이 탁 트여있다는 것. 바로 위 하늘을 맨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사실 그거라면 롯폰기힐스 스카이덱도 그렇지 않냐라고 할 수도 있다. 그치만 확실히 시부야스카이가 최근에 지어져서 그런지 관광 친화적인 요소가 더 많았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나 그물망이라든지,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라든지 좀 더 여유롭게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사실 롯폰기 스카이덱은 현재 폐쇄된 상태이기도 하다. 암튼 전반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1인당 2200엔이지만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은 것 같았다. 아빠도 굉장히 만족해하셨고 사진을 많이 찍어가셨다.
그 다음으로 시부야에서 긴자선을 타고 아사쿠사로 향했다. 엄청 더운 날이라 바깥에서 오랫동안 돌아다니는 건 힘들지만 아사쿠사 정도는 갔다와봐야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일정에 넣어놨었다. 사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도쿄 첫 방문자라면 아사쿠사에 가보는 게 정석이긴 하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벼 정신 없는 곳이지만 한번쯤은 와볼만 한 느낌? 암튼 그렇게 해서 아사쿠사에 도착한게 점심즈음이었다. 무엇을 먹고 싶냐고 여쭤보니 일본 음식하면 떠오르는 라멘을 한번 먹어봐야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아사쿠사 근처의 라멘 맛집을 찾아봤다. 그래서 가보게 된 곳이 '요로이야 라멘'. 일반적인 돈코츠 국물의 라멘은 아니었지만 평이 좋고 센소지 바로 근처에 있기도 하여 이 곳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가보니 웨이팅이 약간 있었으나 한 15분정도만 기다리니 들어갈 수 있었다.
https://maps.app.goo.gl/jZ3KcFxvdekmVCicA
토핑을 더 추가하고 싶진 않아서 보통 라멘 하나와 츠케멘 하나씩을 주문했다. 그리고 교자 한접시까지. 사실 일단 배가 고프다보니 선택하긴 했지만 살짝 걱정된건 맞다. 뭔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아사쿠사가 우리나라의 명동과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센소지 바로 앞의 가게라 배짱 장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입을 먹어봤는데 꽤 괜찮았다. 일단 라멘의 국물은 확실히 맛있었다. 정석적인 돈코츠 국물이 아니지만 충분히 진했고 아빠도 만족스러워하셨다. 근데 사실 츠케멘은 살짝 그랬다. 라멘만 두 개 시키면 조금 그래서 하나는 츠케멘으로 시킨거긴 한데, 츠케멘 국물은 좀 비교적 연했다. 뭔가 면을 담가 찍어먹기에는 농도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츠케멘은 확실히 츠케멘 전문점에 가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자는 먹을만했다. 암튼 그래서 츠케멘은 아쉬웠지만 아빠가 먹은 라멘은 맛있었고, 그래서 아빠는 충분히 맛있게 잘 드셨으니 그걸로 다행이었다.
밥을 먹고나서 센소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뜨거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센소지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렇게 좋아하는 관광지는 아니다. 그치만 도쿄가 처음인 입장에서는 한번쯤 와보는건 좋다고 생각한다. 절과 기념품, 그리고 쿠지 같은 즐길거리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관광객 입장에선 굉장히 알차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암튼 그래서 나와 아빠도 짧은 시간에 알차게 잘 즐겼다. 향을 피우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쿠지는 하나 뽑았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 찍기에 정말 좋았다. 사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 이상 밖에 오래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알차게만 즐기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아사쿠사 역에 들어가기전 역 앞에 아사쿠사관광센터가 있는데 이 곳 전망이 좋다고 하여 여기까지는 들러보기로 했다. 역시나 날씨가 좋아서 전망이 너무 좋았다. 사실 그렇게 덥지만 않았다면 스미다강을 건너 스카이트리쪽으로 갔을텐데. 그치만 이 더위속에 밖에서 도보를 더 하는건 무리였다. 전망 보고 사진찍고 정말로 다음 장소로 향했다.
다음 장소는 우에노 공원의 국립박물관이었다. 사실 유럽에 있을 때 하도 박물관, 미술관을 많이 다녔었던 터라 오히려 그 뒤론 흥미가 떨어져서 일본에선 박물관, 미술관에 굳이 가지 않았다. 대영박물관 정도의 규모라면 갈까 생각도 했겠지만 암튼 우선순위에는 두지 않았다. 근데 아빠가 도쿄에서 박물관 한군데는 꼭 가보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가장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에 가는게 맞다 생각해서 일정에 넣었다. 우에노가 아사쿠사랑 가깝기도 해서 시간상 딱 좋았다. 물론 우에노역에서 나와 박물관까지 걸어가는건 더워서 힘들긴 했다. 평일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티켓을 끊고 박물관을 여유롭게 구경했다. 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오밀조밀하게 잘 모아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웅장함은 없었지만 막상 들어가면 볼 게 참 많았다. 더욱이 한국어 설명이 다 붙어있어서 한국인 관광객이 보기에도 편했다. 아빠도 좋아하셨다. 사실 시간이나 체력이 되면 과학박물관도 가볼까 했지만 5시가 문닫는 시간이기도 하고 많이 걸어서 피곤하기도 해서 여기까지만 보고 저녁을 먹으러 다음 장소로 향했다.
사실 저녁 식사를 어디서 먹을지는 결정하지 않았었다. 개인적으론 그냥 시부야로 돌아와서 먹으려고 했지만 지하철 노선도를 보던 아빠가 돌아가는 길에 긴자에 들러 그 곳에서 밥을 먹는건 어떠냐 하셔서 긴자로 향했다. 급하게 긴자 맛집을 찾아봤다. 맛있으면서도 아빠가 좋아할만한 곳이 있나 살펴보다가 결국 결정한 곳이 '긴자 바이린'. 돈카츠 정식집이었다. 웨이팅이 길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놀랍게도 웨이팅이 없었다. 6시 직전의 이른 저녁 식사 시간이라 그랬던 것 같았다.
https://maps.app.goo.gl/rbGqac8k7WhwUfBEA
각자 로스카츠와 히레카츠 정식을 하나씩 시켰다. 워낙 많이 걸어다녀서 배가 고팠던 탓도 있었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히레카츠 쪽이 더 맛있었던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둘 다 맛있었다. 고기가 부드러웠고 튀김이 바삭바삭했다. 물론 밥도 맛있었다. 슬슬 다 먹을 때가 되니 웨이팅이 생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웨이팅이 생길만한 좋은 돈카츠 가게였다.
마지막 날은 신주쿠에서 보냈다. 아빠의 쇼핑을 위해서였다. 도쿄 대부분이 쇼핑 천국이긴 하지만 신주쿠만한 곳이 없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 쇼핑을 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잘 몰랐었는데 알아보니 신주쿠에 백화점이 정말 많았다. 그 중 중장년층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이세탄 백화점으로 갔다. 명품 매장에는 관심이 없으셨지만 선물용 디저트 세트는 정말 다양하게 사가셨다. 포장이 아기자기해서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었다. 이세탄 백화점에서 쇼핑하고나서 근처에 있는 무인양품도 들렸다. 뭔가 신기해보이는 잡다한 것을 구매하셨다. 그리고 마츠키요키요시에 가서 몇몇 영양제와 약품들도 구매하셨다. 그러고나서 마침 건너편에 키노쿠니야 서점이 있었는데 아빠가 관심을 가지는 듯 하여 들어가봤다. 일본어가 가능하시진 못해도 막상 서점에 들어가보니 관심 분야의 책을 구매하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직원한테 여쭈어서 관심있으실만한 책들을 찾았고 결국 구매까지 하셨다.
그리고 신주쿠역으로 향할 겸 타카시마야 백화점에도 들렸다. 마침 배가 고파서 점심도 그 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근데 거의 모든 식당이 웨이팅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2시경이었는데도 말이다. 백화점에서 나와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도 하다가 더 식당 찾느라 왔다갔다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 그나마 웨이팅이 없으면서도 아빠가 맘에 들어하는 메뉴가 있던 가게에 들어갔다. 사실 아무 조사도 안하고 무작정 들어간 가게라 좀 걱정했다. 메인 메뉴는 와규 히츠마부시라고 적혀있었는데 대강 와규 덮밥 같은 느낌이었다. 자세히 보니 와규 덮밥이 기본에다 그에 겉들이는 반찬에 따라 메뉴가 다른 것이었다. 사실 이런 메뉴에 대해 익숙치도 않고 해서 그냥 괜찮아보이는 2가지로 주문했다. 살짝 비싸긴 했지만 확실히 구성이 좋았다. 고기도 타레가 달달한 편이긴 했지만 충분히 맛있었고 같이 나온 반찬들도 맛있었다. 뭔가 갑자기 결정된 점심 메뉴였지만 아빠도 나도 만족스럽게 먹은 것 같다. 나중에 가게를 검색해보니 평이한 평가에 리뷰 수가 많지 않긴 했다. 확실히 웨이팅이 없었던 건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빠와의 도쿄에서의 마지막 식사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았다.
https://maps.app.goo.gl/EiBFro41LWt6NgDr9
밥을 먹고 잠깐 유니클로에서 구경하다가 맘에 드시는 게 있으셔서 몇개를 더 구입했다. 그렇게 신주쿠에서의 쇼핑을 마무리하고 다시 시부야로 돌아가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고 아빠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셨다. 2박3일동안 바쁘게 돌아가니면서 체력적으로 피곤했던건 맞지만 그만큼 아빠와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이렇게 아빠랑 같이 오래 다닌게 정말 오랜만이기도 해서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 또 아빠랑 같이 찍은 사진을 많이 남기기도 해서 좋았다. 다만 사실 너무 더운건 사실이다. 날씨만 좋았다면 조금 더 돌아다녔을 것 같기도 해서 그 점은 살짝 아쉬웠다. 다음엔 이런 무더위가 아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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