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워홀

250201 도쿄경마장 - 크로커스 스테이크스

해리상 2025. 2. 3. 09:53

25년 2월 1일

 
솔직히 우마무스메 하면서 도쿄 경마장에 안가볼 수가 없었다. 라이트 유저기는 하지만 RTTT나 신시대의 문 극장판 같은 우마무스메 관련 컨텐츠를 정말 좋아하는 입장에서 실제 경마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원래 가을에 재팬컵이나 천황상같은 큼지막한 경기들이 있기는 하다. 그치만 경마는 주로 주말에 있는 한편 내가 주말엔 꼭 일을 하다보니 이제까지 가지 못했었다. 큰 경기가 아니더라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내가 일을 그만둔 1월달에는 도쿄 경마장에서 경마 일정이 전혀 없었기에 2월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2월 1일 이 날 도쿄 경마장에 경마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보통 하루에 여러 경기가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은 크로커스 스테이크스라는 오픈급 경마가 예정되어있었다. 우마무스메 게임 내에서도 이 경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는데 교통비가 많이 들진 않았다. 중간에 메다이마에역에서 케이오선으로 갈아탄 뒤 히가시후추역에서 다시 한번 갈아탔는데 대략 한 4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그렇게 후추케이바세이몬마에역(후추경마정문앞역)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내가 생각했던 경마장과 분위기가 달랐다. 사람이 많은거야 그렇다쳐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경마장이라고 하면 경마도박에 빠진 사람들만 가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가본적은 없지만 이미지상으론 그렇다. 사실 실제로 가볼 일이 없는게 경마장이기도 하다. 그치만 여긴 뭔가 분위기가 놀이동산 내지는 복합시설 같았다. 아기를 데려온 가족, 연인들끼리, 그리고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종종 경마 도박에 많이 심취하신거 같은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그냥 놀러나온 분위기였다.

 

 일단 경마장 자체 입장료는 200엔이었다. 입장료가 저렴하니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경마장 본 건물로 가는 도중에 보인 패독. 패독이란 곧 경기를 앞둔 말들이 몇바퀴 돌면서 그 날 몸상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곳이다. 사실 실제로는 처음 보는거라 그렇다고만 알고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패독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뭔가 동물원 공연을 보는 것만 같았다.

 

 보면 레스토랑, 카페, 기프트샵 등등의 편의시설이 엄청 잘 되어있다. 사실상 웬만한 복합시설 뺨 칠 정도로 잘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러니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그냥 놀러오기 좋아보였다.

 

 

 패독에 가까이 가서 구경해봤다. 솔직히 어떤 부분을 봐야 말 몸상태를 알 수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열심히 보고 있었다. 난 그냥 ‘와 진짜 말이다’ 하는 심경으로 구경했다.

 

 그러고 나서 경기장쪽으로 나가보았다. 경기장이 확실히 컸다. 야구장, 축구장 못지 않은 크기의 관객석이었다.

 

 구경하다보니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사람들 반응을 보니 다들 조금씩은 마권을 산 모양이었다. 나도 온 김에 하나 사서 구경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스가 끝나고나서 마권을 사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마권 종류는 정말 수도 없이 많았다. 그냥 잘 모르기도 하고 처음이기도 하니까 단승, 즉 1착 말 한마리만 정하는 걸로 하나 구매했다. 거는 금액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데 정말 조촐하게 200엔을 걸었다. 내가 건 말은 ‘프리티디바’라는 말이었다. 뭔가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랑 어감이 비슷하기도 하고 1번 인기 말이기도 해서 끌렸다. 해당 레이스는 위에서 언급한 크로커스 스테이크스로 3시10분에 열릴 예정이었다. 시간이 꽤 남아 그 앞 레이스를 구경하러 갔다.

 

 2층 자리부터는 다 지정석이라 앉지는 못했지만 그 뒤에 서서 구경하는건 가능해보였다. 확실히 위층에서 보니 탁 트여서 경주 흐름이 더 잘 보였다.

 

 귀여웠던 말 인형. 이런 부분을 잘 어필하는 것 같았다. 경마장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되게끔 말이다.

 

 사람들이 다음 경주 마권을 열심히 사고 있었다. 종류가 복잡하긴 하지만 마권 사는 방식은 되게 간편하다. 몇몇 사람은 기입용지를 다발채로 들고 있기도 했다.

 

 크로커스 스테이크스 바로 전 경주. 경주 자체는 금방금방 끝나다보니 회전율?이 상당 빨랐다. 스케줄이 빽빽해서 쉴 틈이 없었다.

 

  드디어 크로커스 스테이크스가 다음 경주였다. 마찬가지로 경주 전 패독에서 말들을 볼 수 있었다. 위 사진이 내가 건 프리디디바 라는 말이었다.

 

 중간애 실제 기수가 와서 타고 한바퀴를 돌기도 했다. 뭐 특별한 점을 느끼진 못했지만 암튼 건강해보였다. 1번 인기인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패독을 뒤로 하고 본 경주를 보러갔다.

 

 이 날의 핵심 경주 중 하나다보니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다. 우마무스메 애니를 보면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못지 않은 환호성이 나올 때가 있다. 애니로 봤을 땐 그래도 경마인데 이정도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직접 와서 보니 그게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 했다. 심지어 오픈급인 이 경기가 이 정도인데 G3,2,1급 경기는 얼마나 더 사람이 많고 뜨거울까 싶었다.

 

 놀랍게도 프리티디바는 1착을 하지 못했다. 프리티디바는 3착을 했고, 1착을 차지한 건 3번 말이었다. 경기 전에 확인했을 땐 4번이었나 5번인기인 말이었는데 1착을 해버린 것이다. 뭐 200엔은 아쉽게 됐지만, 현실에서도 1번 인기가 무조건 1착하는 법은 없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프트샵에 가봤다. 가게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정말 다양한 말들의 인형이 있었다. 흔히 우마무스메에서 유명한 골드십, 나이스 네이쳐, 사토노 다이아몬드 등등 유명마들 인형이 있었다. 혹시 RTTT의 어드마이어 베가나 나리타 탑 로드 인형이 있나 싶어서 살펴봤는데 아쉽게 없었다. 있었으면 분명 샀을 것이다. 그래도 우마무스메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기프트샵에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말이 있는지 확인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일단 우마무스메 IP가 일본에서 아주 확실하게 먹히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본인들은 경마에 진심이었다. 단순히 돈을 걸기 위한 것보다는 사실상 하나의 스포츠 같은 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떠한 스포츠 선수가 유명하고 인기있는 것처럼 말도 마찬가지였다. 말한테도 네임밸류가 있고 그만한 인기도가 있었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였기에 우마무스메라는 게임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어느정도 마니아틱한 요소도 분명 있긴 할 것이다. 그치만 경마장 자체가 남녀노소 모두가 놀러올 수 있는 분위기고 그만큼 안에 레스토랑, 카페 같은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게 정말 놀라웠다. 주말에 가족이나 연인과 시간을 보내면서 경마도 구경하는 것, 진짜 마치 야구장 같은 느낌이었다. 암튼 결론적으로 일본 경마에 대해 새로운 인상을 가지게 된 경험이었다. 혹시 주변에 우마무스메 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같이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